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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번을 기회로 너도 여자 고르는 눈을 좀 키워라. 도대체 여자 운이 없어도


??미안하다.??
??짜식. 내 잘못도 큰데 뭘.??
태우가 풀 죽은 준호의 등을 탁 쳤다.
??어쨌든 이번을 기회로 너도 여자 고르는 눈을 좀 키워라. 도대체 여자 운이 없어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냐? 처음에는 유채, 두 번째는 후지노스케. 휴, 이런 식으로 한국으로 쫓겨나면 문제가 생길 텐데…….??
??후지노스케의 일로 한국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해.??
확신에 가까운 준호의 말에 태우는 피식거렸다.
??짜식. 후지노스케는 퇴원했다던데,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는 했냐???
??아니.??
??그 여자도 생각하면 참 불쌍하다. 몇 년이나 그 고생하면서 공부했는데, 머리를 다쳐서 바보가 될 줄 누가 알았냐? 게다가 하나조를 건드렸으니. 쯧쯧. 퇴원은 했지만,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다며? 검찰청에서는 그 여자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오히려 안심하는 눈치더라. 왜 그렇게 되었다냐. 한때는 잘 나갔는데. 희생양으로 사라질지 누가 알았나. 그 덕에 시라이 부장은 자리를 지킬 수 있었으니, 하나조의 요구에 굽실굽실……. 참, 더러워서.??
태우가 목을 뒤로 젖히고 이리저리 흔들자, 뚜둑거리는 뼛소리가 들렸다. 준호와 태우는 거의 쫓겨가다시피 한국행을 준비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비행기 시간이 한 시간쯤 남은 것을 확인한 태우가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이자, 준호는 화장실로 향했다. 복도를 돌아서 화장실에 들어가려던 준호는 나카다 야스노리와 마주쳤다. 이런 곳에서 야스노리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던 준호는 깜짝 놀랐다. 얼굴 여기저기에 시퍼런 멍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제외하면, 야스노리는 멀쩡했다. 
"어, 어떻게?"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아직 비행기 시간이 좀 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오래 끌지는 않겠습니다."
야스노리는 준호를 흡연실로 안내했다. 문을 열자 텁텁한 담배 연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죄지은 것처럼 좁은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은 얼굴에 멍 자국이 있는 야스노리를 보더니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자연스럽게 텅 빈 의자에 앉게 된 준호와 야스노리는 땅바닥만 내려다보았다. 헛기침을 몇 번 한 야스노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히로미가 퇴원했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알고는 있습니다만, 어디에 있는지는……. 혹시 하나조에서 데리고 갔습니까? 지금 살아 있습니까?"
"저와 같이 있습니다."
"네? 어, 어떻게? 혹시 후지노스케 상의 신분이 검사여서, 하나조에서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던 겁니까?"
히로미가 야스노리와 함께 있다는 말에 준호는 깜짝 놀랐다. 야스노리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물론 하나조로서도 검찰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괜히 일을 크게 만들 필요도 없는데다가, 검찰에서는 오야붕에 대한 모든 기소를 취소한 상태니까……. 어차피 이 바닥이라는 곳은 피차 좋은 게 좋은 거죠. 오야붕께서도 이번 일은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 본가와의 관계 회복에 이롭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오케다조와의 일도 없는 것으로 처리하셨습니다."
"스즈키 류신은 아직 후지노스케와의 관계를……?"
"오야붕께서는 저와 히로미와의 관계를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용서해 주셨습니다. 용서받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야스노리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히로미의 감시역이 필요하니까, 그 일을 맡기기 위해서 살려둔 것인지도 모르죠. 어쨌든 저는 당분간 조직을 탈퇴하고 히로미의 감시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하나조에서는 더 이상 히로미를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히로미가 살아 있다는 것은 다른 자들에게 하나조의 관대함을 보여 주는 것이니, 향후 검찰에서도 하나조를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만일 히로미가 죽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동정심에서라도 하나조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지 모르지만, 히로미가 살아 있다면 하나조를 쉽게 건드릴 수 없습니다."
"그게 관대함입니까?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보이는데."
"주노 상에게는 관대함이라는 용어가 신경에 거슬리실 수도 있지만, 하나조에서는 이 이상 관대할 수 없을 정도의 결정을 내린 겁니다. 주노 상의 지적처럼 지독히도 계산적인 결정일지도 모르지만, 저로선 히로미가 살아 있으니 만족합니다." 
일이 어찌 되었건, 야스노리와 히로미가 같이 살게 되었다는 말에 준호는 안심을 했다. 히로미와 야스노리의 사랑이 그를 슬프게 만들었기에 일본을 떠나는 순간에도 두 사람의 행보가 마음에 걸렸었다.